# 수경님,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박수경이라고 하고요. 서울 강동구에 살고 있고 올해 58세입니다. 그리고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 이강우(만 24세)와 함께 살고 있는 엄마입니다.
# 길고 험난했던 그의 취업 스토리
강우님의 취업 도전 경험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취업을 준비하고 도전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강우를 키우면서 중학교 때부터 취업을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는 아이가 학교에 가는 시간에 제가 이리저리 알아보고 강의를 듣고 견학을 다니고 준비를 했죠. 장애를 가진 자녀를 대하는 부모님의 생각은 다양해요. ‘나는 아이를 그냥 내가 벌어서 먹여 살릴 거야, 내 아이는 즐겁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생활했으면 좋겠어.’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부모님도 물론 계십니다. 저와 같이 일찍 준비를 하는 사람도 많고요. 이건 좋다, 나쁘다 가치 판단을 할 수는 없어요. 다만 저는 자립이나 독립에 대한 생각이 다른 사람보다는 조금 더 심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직업이 아니더라도 강우가 혼자서 무언가를 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많이 노력을 했습니다. 강우는 또 형제도 없어서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살게 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을 너무 일찍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직업이라는 게 그 사람의 자립에 기본이며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것 때문에라도 저는 직업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했던 거죠.
# 인식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한다
제가 20년 동안 제 아이를 키우며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우선 장애를 가진 제 아이를 바라보고 대하는 시선이 달라졌어요. 저도 처음에는 우리 아이를 마냥 불행한 덩어리로 생각을 했다가, 조금씩 조금씩 이제 삶에 적응을 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우리 애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까 이런 마음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사실 ‘얘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는 건 기존의 틀에다가 아이를 맞춰보는 걸 수도 있어요. 얘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얘가 이 정도 외출을 할 수 있을까?, 얘가 이 정도면 취업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고 고민하지만 아이의 능력은 어쩌면 거의 고정되어 있을 수도 있어요. 우리가 많이 좋아지기를 기대하지만 그 기대만큼 되지 않을 수가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 아이가 많이 좋아지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큰 틀이 아이를 흡수하고 바꾸어 나가는 게 훨씬 빠를 거예요.
흔히 ‘사회적 장애’라고 우리는 말하는데, 태어날 때부터 가지게 된 육체적 또는 기능적인 장애보다 사회적 장애가 이제는 더 커져버렸다는 생각도 들어요. 인식의 장애. ‘저런 사람이 어떻게 뭘 할 수 있을까?’ 등의 마음이요. 그 사람에 대해 알아보기도 전에 그 사람을 판단해버리는 무서운 통념들. 사회적 장애로 인해 결국 활동적인 측면에서도 제약이 생기는 거예요.
실제 강동구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자녀가 장애인인 보호자들끼리 모여서 성인이 된 장애인 아이들을 자립시키려고 교육을 하고 집을 얻었어요. 두 명이 함께 살 수 있도록 빌라에 방을 하나 빌려서 거기에 생활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도록 에듀케이터와 코디네이터 같은 도움 주는 선생님들도 구했죠. 장애를 가진 이 친구들은 낮에는 보호 작업장에 가서 일을 하고 오후에 퇴근 후 활동 보조사 선생님들과 운동을 하거나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살아갈 계획이었어요. 저녁에 집에 오면 또 에듀케이터 선생님과 함께 생활하는 데에 도움을 얻고. 이들이 하나의 성공적인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준비를 하고 조건에 맞는 집을 구했죠. 부모님들이 자기들끼리 모은 돈으로요. 그런데 이사 직전에 집주인이 장애인이 들어올 거라는 사실을 왜 말하지 않았냐면서 계약을 파기했어요. 현행법상으로는 장애인 차별에 해당하며 그럴 수 없죠, 그러면 안 되는 게 맞는 거예요.
법으로 따지면 오히려 집주인이 잘못을 한 상황이고 위법자가 된 것이지만, 무너진 건 오히려 열심히 준비한 엄마들이었어요. 법으로 따져 해결한다고 해도 저런 주인이 있는 집에서 애들이 어떻게 생활하겠냐, 이러면서 정서적으로 불안해하고 무너지더라고요. 급하게 다른 집을 구해서 이사를 갔어요. 살아보지도 않았는데 장애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으로 ‘장애인들은 무능하고 위험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는 거죠. 결국 인식의 문제에요.
사람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을 하나의 선이라고 한다면, 진하게 그어진 그 선을 흐리게 만들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나부터.
적은 항상 내부에 있다고 하죠.(웃음) 알고 보면 우리가 제일 편견을 가지고 우리 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장애인 엄마들끼리 모이면 농담반 진담반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네가 제일 많이 장애인 차별해.’라고 말이죠. 서로 같은 마음을 나누고 각자가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농담 삼아 이런 말을 하지만, 아까의 사례처럼 우리 엄마들이 그런 불의에 굴복하여 싸우지 못할 때가 제일 속상합니다. 그걸 가지고 우리가 일일이 비난할 수는 없지만, 앞선 사례들이 쌓이면서 사실 우리 엄마들이 그 선을 더 진하게 긋는 것에 일조한 것은 아닐까 싶어요. 저 역시 이 부분에 당당하지만은 못합니다.
당사자 또는 당사자 집단이라고 하는 사람들, 당사자와 관련된 가족이라든가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라든가 관련된 일을 맡아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도 사실 이 짙은 금을 조금이라도 옅게, 흐리게 만들어야 하는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마냥 사회만 원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달라지지 않고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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