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삼촌은 경계성 장애로 어느 정도 인지 능력을 갖추었고 여러 차례 취업이나 자립을 위해 시도했으나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지금은 발달장애인 분들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카페 등에서 일하는 경우가 있지만, 바리스타가 있기 전에는 미화나 위생 쪽에 장애인이 취업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리고 포스트잇이나 라벨지를 붙이는 단순 작업을 하는 곳에서도 장애인 채용이 잦았습니다.
삼촌은 7~8번 정도 취업 경험이 있었으나 모든 곳에서 이틀을 넘게 근무한 적이 없습니다. 회사가 멀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집으로 돌아오곤 했어요. 갑자기 없어진 삼촌에 사장님께서 집에 왔냐고 직접 물으러 오신 적도 있었습니다. 시설에서 나온 경우는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왜 삼촌이 자꾸 집에 돌아올까? 고민했는데 사회복지 분야에서 꽤 오랜 시간 일한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삼촌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았던 게 가장 큰 문제였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돈을 벌고 싶은 이유를 삼촌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았던 거죠. 물론 삼촌이 표현이 아예 없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체계적인 접근이 조금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습이라고 할까요? '돈이 생기면 원하는 걸 할 수 있어, 돈이 생기면 갖고 싶은 걸 가질 수 있어' 라고 학습을 먼저 시켰으면 삼촌의 경우 인지가 어느 정도 가능하니까 그런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랬다면 삼촌을 납득시키는 게 조금 더 원활한 작업이 되지 않았을까요?
이런 시스템을 완전히 모르는 상태에서는 '누가 나를 강압적으로 일하게 해' 라는 불쾌함이 강했을 거예요. 아마 그래서 삼촌의 취업과 적응 사례에서 실패한 경우가 많았던 게 아닐까... 저도 이걸 최근에야 깨달은 것 같아요. 이 일을 하면서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