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모임과 이와 관련된 공부를 하면서 발전시킨 경험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공동체에 관심이 많았던 제가 그물코대안학교의 교장 선생님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2014년 당시 화성시에서 그물코대안학교를 꾸리던 중 지원인력이 필요하던 중 면담하게 되었고, 마을과 공동체의 대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일해보자는 권유로 교사로 일하게 되었는데요.
그물코대안학교에서는 중등 방과 후 대안학교로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정서적 안정을 위해 평화교육 비폭력대화 환경교육 등의 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교사모임에서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을 지역에서 건강하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교사, 시민단체, 공공기관, 사회복지사, 사회활동가, 정치인 등 개인 단체 할 것 없이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요. "개인이나 기관이 관계를 다양하게 쌓아서 관계망을 촘촘하게 만든다면 촘촘한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것처럼 사각지대 없는 건강한 돌봄 시스템이 이 지역에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사건으로 산속 깊은 곳에 가야지만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오랜 이웃들과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새로운 시설 없 이도 자립을 실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죠.
이맘때쯤 성인발달장애인이 생활하는 장애인공동체를 찾아다니면서 대표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요. 수도권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한 공동체에서 생각이 크게 흔들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성인발달장애인들이 함께 농사도 짓고 빵도 만들어 판매하는 공동체였는데 이곳에 자리하게 된 계기와 운영상 어려움, 목표 예산, 인력구성, 시설, 조력자와 같은 실제적인 질문을 하였습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헤어지려는 찰라 그 공동체 대표는 저를 붙잡고 저에게 “이거 공동체 하려고요?” 라고 물었습니다. “네”라고 답한 저에게 공동체 대표는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하지 마세요”라고 짧게 말씀하셨습니다. 인터뷰에서 어려움보다 훨씬 고통이 있었나 봅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해 인생을 바친 자신이 저에게서 보인 것이 아닐까 라고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는데요. 기억에 너무 강렬해서 그 사건 이후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동체 생각을 멈추고, 마을에서 그들이 즐겁게 살 수 있는 동네가 될 수 있도록 관계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변하였습니다. 발달장애인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조력자도 행복해야 합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들의 인생도 소중하고 조력자도 소중합니다. 그 공동체 대표는 발달장애인을 돌보기 위해 시간 함께 생활하는데요. 인생의 조언자 친구를 만나서 고민을 털어놓거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창구도 없습니다. 그는 수도승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지만 그들을 위해 자신을 잃어버린 삶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도 내가 나고 자란 동네에 평생을 살 권리가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돌봄을 가족의 책임으로 지우지 않기 위해서 지역돌봄이 중요합니다. 정부에서 오랜 시간 공을 들이지만 지역돌봄 커뮤니티케어 의 실제는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역돌봄은 마을단위에서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마을에 어우러져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관계성을 형성한다면 외딴 공동체에 들어가지 않아도 발달장애인 혼자서 생활할 수 있습니다. 그 어느 사회도 장애인만 있지 않으며 그 사회가 존재한다면 건강한 사회가 아닐 것입니다. |